'바람이 분다(風立ちぬ)'- 지루하면서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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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d R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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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 출연
- 안노 히데아키, 타키모토 미오리, 니시지마 히데토시, 니시무라 마사히코, 스티븐 알버트
- 정보
- 애니메이션, 드라마 | 일본 | 127 분 | 2013-09-05
스포일러 없습니다.
한국에서만? 말 많은 영화가 개봉했다. 청개구리 성격이라 남들이 까면 더 하고 싶어서 바로 보러 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웬만한 건 다 봤지만(물론 지금도 자세히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가장 지루했다.
전개가 느릿하고 긴박한 장면도 별로 없다. 로맨스의 전개도 좀 뜬금없지만 옛날 시대니까 이해해주자. 비행기 덕후 감독에 비행기 만드는 주인공이라 비행기가 많이 등장하긴 하는데, 시대가 시대라 그런지 속도감이 없어서 시원한 맛이 없고, 제대로 된 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이 영화의 내용이라 자꾸 망가지는 비행기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게다가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영화에 맞추느라 그런지 시종 잔잔한 느낌이라, 한마디로 이 영화에 흥분, 카타르시스는 없다. 그저 당시의 시대상황 속에서 호리코시 지로가 비행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로맨스)을 느릿하고 묵묵히 보여준다. 아무래도 실제시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만큼 아린 맛은 있다.
웹상에서 전쟁찬미 영화 아니냐는 둥,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드냐는 둥, 미야자키 하야오 실망이라는 둥 말들이 많은데 영화는 보고 이딴 소리 하는건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전쟁찬미나 일본만세 따위의 내용은 한 점도 없었다. 오히려 (대놓고 까지는 못해도) 전쟁비판의 대사들이 중간중간 나온다. 일본극우들이 보면 오히려 이 영화 싫어할정도? (실제 호리코시 지로가 어떤 성향의 인물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단, 위키피디아를 참고해보면 자신이 만든 비행기가 살육도구로 쓰인다는 것에 대해 고뇌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게 내 추측)
(내가 보기엔) 번역이 좀 별로다. 오역은 아닌데 단어선택이 별로고 생략이 좀 많다. 뭐 일어쪽에서 굉장히 실력있는 프로번역가로 알고 있으니 감히 나 따위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 요란한 헐리웃 3D 애니메이션만 보다가 오랜만에 포근한 색감의 2D 애니메이션 보니 따뜻한 느낌이 좋더라. 재미만 좀 더 있었어도…
• 주인공 여동생인 호리코시 카요의 목소리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시다 미라이'였다. 전혀 몰랐음…
• 영화에서 호리코시 남매가 서로 얘기할 때 상호존대하고 정좌하고 앉아서 얘기한다고 일본에선 저런가보다 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시대가 옛날(1920~40)이고 당시 엘리트집안이라 그렇다.
• 영화 끝나고 '호리코시 지로와 호리 다츠오에게 경의를 표하며'라는 부분의 호리 다츠오는 동명소설의 작가다.
• 평일이긴 했지만 조조는 아니었는데 관람객들 태도가 아주 좋았다. 핸드폰 껐다켰다하면서 방해하는 놈도 없었고, 시끄럽게 떠드는 놈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영화 다 끝나고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지킨 사람들이 많았다.(어쩌면 원래 팬들만 보러와서 그런 걸지도… 하긴 원체 관객수가 적긴 했었다.)
• 혹시 한국개봉판은 원판과 비교해 몇몇 삭제된 곳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나중에 DVD 나오면 비교해봐야겠다.
• 참고로 나의 미야자키 애니메이션 베스트 3은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 호리코시 지로의 위키피디아 한국판의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 일본판의 내용을 직접 번역했다. 참고로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