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친구의 돌잔치를 갔다왔다. 아내는 일본인으로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데 거기서 만난 베트남 친구였다. 그녀(베트남 친구)는 한국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고, 돌잔치 초대사진으로 보니 남편되시는 분과 나이차이가 꽤 나 보였다.
흔한 안 좋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나는 그들이 별로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왠걸, 직접 가서 부부와 아기를 보니 그들은 시종일관 그렇게 해맑게 웃을 수가 없을 만큼 계속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와~ 내가 한국에서 만난 한국거주 외국인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아기도 아빠, 엄마의 외모적 장점만을 물려받았는지 눈도 커다랗고, 아주 귀여웠다. 그녀는 서툰 한국어지만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소위 말하는 쪼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부부가 아주 사이가 좋아보였다. 그녀의 베트남 친구들도 많이 왔는데 모두 행복한 얼굴에 수다쟁이에 친절했다. 돌잔치에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아내가 일본인이다 보니 우리처럼 한일커플로 결혼해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여자들의 얘기를 많이 해준다. 거의 대부분의 그녀들은 한국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일본에 돌아가고 싶어한단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화가 안 맞는 것 같고, 일본에서 경험한 문화수준과 현재 한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수준이 맞지 않아 불만이 있고,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사실 문화수준, 시민의식, 사회적 인프라 다 고려해도 일본이 한국보다 선진국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게다가 한국의 오지랖 문화와 시댁문제는 대부분의 일본사람에게는 상상외로 불편하다.
한국에 시집와서 살고 있는 베트남여자와 일본여자. 생각없이 고르면 후자가 행복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기 한국이란 나라에서 살기에는 베트남여자들의 멘탈이 일본여자들의 멘탈보다는 더 적합한 것 같다.(내 인간관계의 편향성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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