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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으로 영어책 완독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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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시작하면서부터 영어는 신발 속의 돌멩이 같은 존재였다. 완전히 무시하기엔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닌 그런 것.

영어공부를 했다 안 했다를 반복하면서 그래도 조금씩은 영어가 늘었지만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사실 영어공부 '방법'을 몰라서 영어 못 하는 사람은 적어도 한국에는 1명도 없다. '안 하기' 때문에 못 하는 거지. 너절한 핑계없이 이 명확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30후반이 될 때까지 영어로 된 책(영어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 그리고 영어교재 제외)을 완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예전에 시도는 1~2번 해 본 적 있지만 끝을 보지 못했었다.

우연히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책이면서 나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이 책이다. 'The New Geography of Jobs' (한국어판은 '직업의 지리학')

마침 읽고 싶었는데 내가 애용하는 리디북스에는 책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iBooks에서 원서를 질렀다.

 

영어를 한국에서 적당히 배운 사람은 다 비슷할 거 같은데 나도 실생활 영어보다는 수능용, 비즈니스용 영어(단어)가 그나마 더 친숙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쉬웠다. 모르는 단어가 별로 없었다. (시험삼아 같이 시도해 본 원서가 'Gone Girl' 이었는데 이건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0개는 넘는 거 같았다. 단어를 알아도 문장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건 포기)

 

한 권을 완독한 감상을 몇 개 적어보면

  •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훨씬 좋다. 모르는 단어를 터치로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어서.

  • 그런 면에서 kindle보다 iBooks가 더 좋았다. 킨들에는 영한사전이 없지만 아이북스에는 있다. 영영사전을 보는 게 더 낫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긴 한데, 영영사전으로 보다보면 사전 설명읽다가 독서의 흐름이 끊기는 게 싫었다. 모르는 단어가 명사면 그냥 영한사전만 보고 동사나 형용사인데 한국어 뜻이 여러개거나 애매하면 영영사전을 같이 봤다.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단어 터치만으로 바로바로 영한/영영사전 왔다갔다하면서 볼 수 있어서 좋다.

  • 아무리 읽기 싫어도 무조건 하루에 한 페이지는 읽었다. 목표가 버거우면 중간에 포기할까봐 그 한 페이지도 아이폰 화면으로 한 페이지로 정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이폰 한 페이지면 아무리 영어라도 10분 안 걸린다. 하루에 10분 시간 못 낼까? 그리고 막상 읽다보면 한 페이지만 읽고 끝내는 날은 거의 없다. 보통 하루에 한 4~5페이지는 읽은 거 같다.

  • 읽기 쉬운 책, 영어공부에 도움될 거 같은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골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참 잘 골랐다. 재밌게 잘 읽었다.

  • 마음에 든 문장은 노란색으로, 문장구조가 난해하거나 공부용으로 한 번 더 볼 필요가 있을 거 같은 문장은 녹색으로 칠해놓았는데, 다 읽고 나서 녹색으로 칠해놓은 문장들을 죽 살펴보니 내가 어떤 문장구조에 취약한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니 되새김질은 가능하면 꼭 해라.

  •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의 그 성취감이란! 정말 최고다. 자신감이 붙는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완독했다는 게 중요하다. 나도 이거 한 권 완독하는데 석달 넘게 걸렸다. 그래도 내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소설, 비소설을 번갈아가면서 읽으면 좋을 거 같은데 지금 내가 읽고 싶은 영어소설이 없다. 그래서 일단 다음 책도 비소설도 정해서 며칠전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번 건 'Win Bigly' (한국어판은 '승리의 기술'). 이거 다 읽으면 다음에는 꼭 소설을 도전해봐야겠다. 분명 소설은 훨씬 어려울 거다. 모르는 단어, 표현이 막 튀어나온다. 근데 그만큼 완독하면 생활영어를 익히게 되겠지.

근데 할 수 있을 거 같다. 한 번 끝까지 해냈다는 '경험'이 이렇게 중요하다.

2019/11/11 - [책] - 내가 완독한 두번째 영어책 'Win Bigly - Scott Ad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