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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완전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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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어를 배우게 된 요인 중 하나.


중학교 때 은하영웅전설을 처음 접한 이후로 대학생때까지 최소한 5번은 읽은 거 같다.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 동네 도서관에서,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이제는 리디북스로 전집을 사서 편안히 읽었다. 개정판이 나온 이래로 사야지 사야지 하다가 다른 할 일도 많아서 미루고 있다가 맘먹고 한 번에 다 질러서 재밌게 열심히 읽었다. 본편 10권, 외전 5권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가 힘들어서 할일도 뒤로 미뤄가면서 읽어나갔다. 역시 명작은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명작이다.


은영전 자체는 1980년대에 발간된 소설이라 2016년 지금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작중 설정 중에 좀 거슬리는 게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작중 배경은 무려 서기 3500년(!) 이후지만 흔한 핸드폰도 나오지 않고 전화는 유선만 나온다(화상전화는 나오지만). 당시로서는 상상력의 한계가 있었겠지.

그리고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은근히 깔려있다.

뭐 이런 사소한 점 몇 가지 제외하면 작품은 아주 훌륭하다. 특히 2016년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배경만 미래SF소설이고 실상은 현실사회정치체제 비판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할 수준. 인생의 교훈을 마구마구 던져준다. 10~20대 때랑 30대 때 읽을 때 소설에서 감명받는 부분이 달라진다.


아래 따옴표 안은 내가 소설에서 좋아하는 문구들이다.


"결단을 내리고 싶지 않을 때 내리지 않아도 된다면 인생은 장밋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직장생활 시작 이후 특히) '결정'의 중요성과 값어치를 알게 된 후로 공감하는 대사. 하는 일 별로 없이 돈만 많이 받는 거 같은 리더(상사)가 왜 중요하냐면 그들이 계속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결단은 중요한데 그래서 회사에서 우유부단한 상사 만나면 고생길이 훤히 트인다. 결정해야 할 때 과감하게 결정할 줄 아는 능력.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체제가 민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공정한 재판과 공정한 세금제도. 오직 그뿐이다."

이거 뭐 설명할 필요가 있나? 대한민국 사는 사람이라면 이 두 가지가 얼마나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지 알고 있을테니.



"전제군주의 선정이란 인간의 정치의식에 있어 가장 감미로운 마약"

"법을 따르는 것은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가 스스로 규정한 법에 등을 돌리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려 했을 때, 덮어놓고 이를 따르는 것은 오히려 시민의 죄악이지. 왜냐하면 민주국가의 시민에게는 국가가 저지른 죄나 오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고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훌륭히 일을 해주고 있으면 일하기 싫고 생각하기 싫어진다. 그런데 그 대신해주는 사람이 언제까지 훌륭히 해줄 수 있을까? 평생 해줄 수 있을까? 그는 게을러지고 싶어지지 않을까?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투표라는 수단을 통해서). 그런데 이걸 제대로 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 누군가 수퍼히어로가 그냥 잘 알아서 해줬으면 하고 많은 사람들이 바란다. 하지만 그래서는 절대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이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전술은 전략에 종속되고, 전략은 정치에, 정치는 경제에 종속되는 거야."

정치가 경제에 종속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잘 살고 싶으면 정치에 신경끄고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


"사람은 자신보다 욕망이 강한 사람은 이해할 수 있어도 자신보다 욕망이 약한 사람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우니까."

역시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돈을 인생 최고가치로 여기는 사람은 돈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애국심은 악당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

한국에선 질 거 같으면 종북으로 몰면 된다. 애국심은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커가면서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걸 가지지 못했다면 그건 그 사람탓이 아니라 그 나라탓이다. 그리고 21세기에 애국심은 중요하지 않다. 태어난 나라는 태어난 나라일뿐, 자신의 능력과 필요에 따라 직장을 선택하는 것처럼 나라도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명문들이 즐비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