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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반지하 생활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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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2년 살아봤다. 누구나 반지하 살기 싫겠지만 돈 없으면 어쩌겠는가. 혹시나 방을 구해야 하는데, 위치는 좋은데 돈은 없어서 반지하를 구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나의 노하우를 적어본다. 이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 참고만 할 것.

- 반지하는 습기와의 전쟁이다. 항상 습기를 생각해야 한다.

• 장판 밑은 항상 축축하다. 바닥난방에 반지하인 이상 어쩔 수 없다. 감수한다ㅜㅜ
• 대신 여름에는 잘 때 이불을 바로 깔기보다는 대나무돗자리 따위를 깔고 그 위에 이불을 깔면 한결 습기가 덜하다.
• 침대가 아니라면 이불을 매일 개는 게 좋다.
• 옷장이나 서랍장 맨 밑단은 곰팡이가 생긴다. 무조건 습기제거제(물먹는 하마 따위)를 같이 넣어둬야 한다. 그리고 서랍장마다 바닥에 신문지를 꼭 깐다.
• 옷장에 옷을 개어서 포개어 넣는다면 옷과 옷 사이에 신문지를 넣어주는 편이 좋다. 특히 바지를 반으로 접어서 포개어 넣을 때.
• 날씨 좋은 날은 옷장서랍 다 열어둔다.
• 가능하면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지 않는다. 주인집 눈치 보이더라도 마당같은 햇빛 비치는 곳에 빨래를 말린다. 요(까는 이불)도 무겁지만 가능하면 햇빛에 말린다.
• 서울이라면 정말 어지간해서는 침수 안 된다(침수로 유명한 화곡동 살았었다). 오히려 상습 침수지역은 정부(시?)에서 집 지하에 배수펌프를 묻어준다. 장마철에 침수가 걱정된다면 미리미리 집 주변에 배수구가 어디인지 조사해놓고 장마철에 물에 쓸려온 쓰레기가 그곳을 덮지 않도록 청소해라. 사실 임차인 입장에선 이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긴 하다.
• 돈이 없어서 반지하에 왔으니 에어컨도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 창문형 에어컨이 설치가능하다면 창문형 에어컨을, 아니면 제습기라도 한 대 구입하는 게 좋다. 습기를 확실히 줄여준다.
• 자주 신지 않는 신발 속에는 신문지를 구겨서 넣어두면 좋다.
• 모든 가구는 벽에 딱 붙이지 말고 약간 간격을 주어야 한다. 딱 붙인 부분은 나중에 이사갈 때 가구를 들어내면 100% 곰팡이가 피어있을 것이다.

- 보안성

• 창문은 통행이 없는 쪽, 출입문은 통행이 많은 쪽으로 되어 있는 방이 좋다.
• 반지하라도 문은 최소한 철문으로 되어 있는 곳으로 고르자.
• 창문에 쇠창살은 기본이다.
• 나 같은 경우는 출입문 바로 옆에 보일러실이 있어서 부재중 택배는 거기에 집어넣고 가라고 했다.
• 환기를 위해선 창문을 항상 열어두는 게 좋은데, 보안을 위해선 외출할 때 꼭 창문을 잠그는 게 좋다.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자. 나는 꼭꼭 잠그고 다녔다.

- 기타

• 전화가 잘 안 터질 수 있다. 자신의 통신사와 궁합이 맞는지 미리 확인한다. 만약 잘 안 터진다면 통신사에 연락하면 소형 중계기를 무료로 달아준다. 전기료 얼마 안 나가니 다는 게 좋다.
• 반지하라면 대부분 다가구주택일테고, 다가구주택에는 바퀴벌레가 없을 수가 없는데, 바퀴벌레는 맥스포스겔로 퇴치하면 좋다.
• 욕실(화장실) 배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지 않는지 확인한다. 올라온다면 계약하기 전에 임대인에게 냄새 역류방지 조치를 해달라고 하자. 정상적인 임대인이라면 해준다.
• 반지하가 좋은 점은 여름에 생각만큼 덥지 않고, 겨울에 생각만큼 춥지 않다.

마지막 조언은... 딱 2년만 살고 이사갈 수 있도록 악착같이 돈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