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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김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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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놓고 안 읽고 쌓여만 가는 게 싫어서 웬만하면 꼭 읽을 책만 사고 읽을 책이 남아있으면 추가로 더 사지 않으려고 한다. 근데 이 책은 최근에 구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왜 샀는지 기억이 안 나네… 아마도 누군가의 추천을 보고 샀을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남. 어쨌든 비소설 읽을 차례라서 읽었는데 사실 장르가 ‘역사’책이라 내가 거의 안 읽는 분야라서 완독하기 힘들긴 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운 한국 위주의 역사가 아닌 동아시아 전체의 시각에서 서술한 역사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뽕 내용이 없어서 좋았다. 한국도 깔 거 있으면 까고 일본도 칭찬할 거 있으면 칭찬하는 책이다.

  • 일본이 떴기(임진왜란 시기) 때문에 한반도가 지정학적 요충지가 되었고 일본이 뜨기 전에는 소위 말해 한반도는 ‘듣보잡’이었다고 한다.
  • 저자는 한반도의 독립과 번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국가를 일본이 아닌 중국이라 주장한다. 이 책이 2015년에 나왔는데 지금 2017년 사드 때문에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걸 보면 선경지명 놀라워라.
  • 그리고 중국의 성장은 민주주의적 뒷받침이 없으면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거라고 주장한다. 나도 동감이다. (내가 전에 읽었던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보면 그 이유가 잘 나와있다.)
  • 왜 일본에 네덜란드 문화가 남아있고 도쿠가와 막부가 유럽 국가 중 네덜란드에만 우호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 사람이든 집단이든 타산지석으로 교훈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은 스스로 고통을 겪고 나서야 배우는 법이다.


  • 부역자(빨갱이)를 왜 뭉뚱그려 욕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 한국과 중국이 언제나 일본에 맞서 견해를 함께 해왔다는 건 헛소리다. 사실 한국은 일본보다 중국의 침략을 훨씬 더 많이 받았다.(근데 미워하기는 일본을 훨씬 더 미워하지)
  •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총독부 부임하기 전 한국의 재판제도는 개판이어서 민중들의 원성이 엄청났다.
  • 조선이 500년 유지했다고 위대했다 할 수 없고, 일본에게 멸망당했다고 조선인이 멍청하다 할 수 없다.
  • 인도 얘기도 좀 나오는데 인도하면 간디 밖에 몰랐는데 그 밖에도 (비폭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독립운동한 사람들이 많고 그들도 다 영웅대접을 받는다는 점은 신선했다.
  • 한반도는 수많은 침략을 받았다고 흔히 피해자 코스프레하는데 한반도 국가가 바깥을 침략한 사례 역시 적지 않다. (한반도가 스스로 침략하면 좋은 전쟁이고 다른 나라가 침략해오면 나쁜 전쟁이냐? 맨날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지 말고 한국이 피해 준 나라/국민들도 잊지 말아라.)
  • 일본은 미군 주둔 경비의 75%를 지원하면서 철저히 미국에 순응하는데, 한국은 빨갱이, 종북좌파, 친일파, 매국노라고 비난하며 정치싸움만 한다. 국제적인 상황을 간파하면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나도 중국보다는 일본에, 일본보다는 미국에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의 패자는 미국이며 중국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이 미국의 위치를 위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이 미워도 결국 친하게 지내야 하는 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이다.)

사실 마구 재밌게 읽은 책은 아니라서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은 보람은 있는 게 마지막 부분이 제일 좋았다.

이제 다음 책은 다시 소설이다.

2017/01/30 - [책]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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